, 김학현, 이상훈, 이식

 

‘예술과 수학’의 신선한 만남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명화 속 신기한 수학이야기>에 뒤이어 선보이는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는 ‘예술과 과학’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한 대중예술과학서이다. 이들의 만남은 일찌감치 예견된 것으로 그 조우의 흔적들을 저자 이명옥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선구적인 미술가들은 일찍부터 과학을 듬직한 예술적 동지로 여겼답니다. 특히 혁신적인 예술가들일수록 새로운 미술의 창조에 과학이 기름진 거름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요. 예를 들면 피카소는 프랑스 과학자 푸앙카레의 저서 <과학과 가설>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사진술, 영화, 엑스레이 등과 같은 과학적 요소에 영향을 받아서 입체주의를 창안했습니다. 또 1909년 이탈리아에서 태동한 미래주의 예술가들은 과학기술이 인류에게 유토피아를 선사하는 동시에 인간성을 해방시킬 수 있다고 믿었으며, 과학의 진보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예술가들이 앞장서서 실천하기를 부추겼습니다. 그 외도 숱한 예술가들이 새롭고 현대적이며 혁명적인 미술을 창조하기 위해서 대담하게 과학과 손을 맞잡았습니다. 지금도 예술은 시대의 거울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과학을 공부하는 예술가들이 많아요. 이들 예술가와 과학자는 공통점을 지녔어요. 바로 호기심과 실험정신, 탐구심과 열정입니다.’ 이렇듯 예술과 과학은 서로 긴밀한 상관관계를 지녔으며 유명한 예술가들 중에는 과학적인 사고와 지식들을 자신들의 작품에 투영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자극을 받은 달리는 그의 사고 중심을 온통 원자에 빼앗겼으며 양자이론과 중력을 정복하려는 양자 사실주의를 회화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썼다. 쇠라는 화학자 미셀 외젠 슈브뢸의 저서 <색채의 대비와 조화의 법칙>와 오그던 루드의 <현대 색채론>을 통해 얻은 과학적 지식을 작품에 실험하여 신인상주의 화풍을 창조했다. 기상변화에 관심이 많았던 컨스터블은 기상일지까지 써가며 하늘과 구름을 화폭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으며 자연재해를 몸소 체험하며 그 현장을 후세에 남긴 터너도 예술에 과학적 사고를 쏟아 부은 인물이다. 인체의 메커니즘을 해부를 통해 규명한 인체해부도의 대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곤충의 세계에 매혹당해 평생 곤충을 관찰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재현한 위대한 여류화가 메리안도 빼놓을 수 없는 예술과 과학의 만남의 주인공들이다.

 

5人 4色의 과학전람회

 

이 책은 네 가지 큰 주제를 바탕으로 각 소주제에 걸맞은 명화를 감상하고 작품과 연관되는 과학적 요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새롭고 특별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저자들이 이명옥 사비나관장과 대담을 나누며 예술과 과학의 만남에 첫발자국을 남겼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다양하게 쏟아지는 예술적 지식과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주제들로 즐거움에 빠져든다.

 

명화와 과학이 만나는 흥미로운 현장 속으로

 

자, 그렇다면 이 책에서 담긴 내용 중 흥미로운 부분을 조금 감상해 보면 어떨까. 천재의 대명사인 피카소가 천재적인 직관과 불굴의 실험정신을 통해 터득한 4차원을 화면에 시도한 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다. ‘피카소의 작품 <마라 부인>에 주목해 보도록 하지요. 그림 왼편에 그려진 직육면체를 보세요. 그리고 이 육면체가 아주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고 그 변은 검은 칠을 한 선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누가 손전등을 가지고 이 육면체를 위에서 아래로 비춘다면 육면체의 변들이 평면 위에 비춰진 그림자는 그림과 같을 것입니다. 즉 입방체의 윗면은 전등으로부터 가까운 까닭에 더 확대되어 크게 투영될 것이고 전등으로부터 먼 쪽에 있던 면은 좀 더 작게 확대되어 투사되면서 큰 사각형 속에 위치하게 될 것입니다. 두 면을 이은 수직으로 된 변은 두 사각형의 꼭지점을 서로 잇는 선이 되어 그림처럼 사각형 속에 사각형으로 나타나게 되겠지요. 이제 피카소의 <마라 부인>의 얼굴에 눈길을 돌려 보세요. 그림처럼 한쪽 얼굴의 눈 속에 눈이 있는 이런 모습은 4차원의 3차원 투시도를 암시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쇠라는 터놓고 자신의 작품에 과학적 지식을 활용한다. 그가 어떻게 예술에 과학을 접목시켜 점묘법을 탄생시켰는지 다음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삼원색인 빨강, 노랑, 파랑을 섞으면 광선은 흰색을 띠지만 물감의 경우에는 검은색이 됩니다. 즉 순도가 떨어져요. 이런 과학적 지식에 무지했기 때문에 인상파 그림은 색채의 선명함을 잃고 그토록 칙칙해졌던 것이지요. 과학적 지식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쇠라는 자신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라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에 그동안 갈고 닦은 과학 실력을 뽐냅니다. 그림은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여름 휴일, 멋쟁이 파리 시민들이 파리 북서부 센 강 중류에 떠 있는 그랑자트 섬에서 휴식과 여가를 즐기는 장면을 묘사한 것입니다. 화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무수한 색 점이 캔버스에 가득 찍힌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쇠라는 그림 속의 색깔을 모두 분해한 후 마치 수를 놓듯 수천 개의 색 점을 화면에 찍어서 모자이크처럼 아름답게 구성했어요. 그는 선배인 인상파 화가들처럼 즉흥적으로 붓질을 하지 않았어요.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계산한 후 화면에 체계적으로 색점을 찍어 나갔습니다. 이런 특이한 화면 구성이 가능했던 것은 쇠라가 그만의 독특한 기법을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쇠라는 눈에 보이는 색조를 대상의 색과 대상에 닿는 빛의 색, 근접한 대상들에 의해 반사되는 색으로 각각 분해한 후 그 색들을 조그만 색점으로 바꾸었어요. 쇠라는 이 특이한 기법을 분할된 부분들로 색채구성을 한다는 의미에서‘분할묘사법’으로 이름 지었어요. 그러나 나중에는‘점묘법’으로 불리게 되지요.‘ 또 다른 화가 컨스터블은 기상에 관심이 많아 기상일지까지 써가며 하늘과 구름을 화폭에 담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림이 풍경화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것은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과학적인 요소도 담았기 때문입니다. 저 하늘의 구름을 보세요. 실제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만큼 현장감이 느껴져요. 게다가 하늘은 그림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만큼 하늘과 구름이 그림에서 중요한 비중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지요.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면 컨스터블이 하늘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렸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어요. 실제로 컨스터블은 기상학자에 버금가는 정열로 대기의 변화를 관찰하고 탐구했어요. 그림의 원래 제목도 <풍경-정오>예요. 시간을 제목으로 삼았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기상에 관심이 많았으며, 대기의 흐름에 집중했다는 살아 있는 증거가 되겠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컨스터블이 기상일지까지 작성했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남긴 기상일지의 한 장을 펼쳐볼까요?

‘햄스테드 1821, 9, 11일 아침 10~11시, 따뜻한 대지 위에 하늘에는 은회색 구름, 약한 남서풍, 온종일 맑음, 그러나 한 때 비, 밤에는 순풍’’ 이런 과학적 사고는 남성들의 전유물만은 아니었다. 1679년 <애벌레의 경이로운 변태와 그 특별한 식탁>이라는 곤충화집을 발간한 메리안의 위대한 여성화가이자 곤충학자였다. 그녀는 나비와 나방, 매미와 귀뚜라미조차 구분하지 못할 만큼 곤충에 무지하던 시절에 곤충이 주제인 걸작품들을 창조했어요. 그러나 세계 최초요, 최고의 곤충화가로 이름을 떨쳤건만 정작 남성중심의 학계는 그녀가 남긴 업적에 인색했습니다. 1834년 란즈다운 길딩이라는 과학자는 박물학 학술지에 <수리남 곤충의 변태>는 오류투성인데다 그림도 조잡한 학문적 가치가 없는 책이라며 혹평을 했어요. 또 독일의 박물학자인 헤르만 부르메스터 역시 ‘메리안의 책은 전혀 학문적이지 않으며, 단지 빼어난 그림 때문에 인기를 끈다.’며 그녀의 가치를 깎아 내렸어요. 물론 남성과학자들이 곤충학의 선구자라는 그녀의 명성을 고깝게 여긴 것은 전혀 근거가 없지 않아요. 메리안의 곤충화집은 과학자들이 지적한 대로 학문적 오류를 안고 있어요. 그렇지만 메리안을 비난한 과학자들조차 그녀가 가장 위대한 사이언스 아티스트라는 사실만은 인정했습니다. 이렇듯 이 책은 예술과 과학이 만나는 현장을 찾아내 상호 연관성을 밝히며 혹은 각 주제를 통해 발생하는 예술과 과학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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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자꾸만 겉도는 예술과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픈 과학. 이 두 주제가 서로 만나 영감을 주고받으며 천일야화를 능가하는 이야기꾼이 되어 여러분의 오감을 자극하고 풍부한 지식과 교양을 얻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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