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피는 춘삼월이 코 앞인데, 눈 쌓인 풍경을 보니 강원도는 아직도 겨울인가보다.
봄이 인기척을 하긴 하였는지, 허리춤까지 쌓여있던 눈의 높이는 한층 얄팍해져 땅이 드러났다.
처마 밑에 드리운 고드름은 봄볕에 그을리는 것이 버거웠는지, 쉴 새 없이 눈물을 뚝뚝 쏟아냈다.
분명 저기 멀리서 아스라하게 봄이 오고있는 것 같긴한데, 강원도의 아침은 여전히 춥기만 하다.
정선 5일장은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에서 5일마다 열리는 재래시장이다.
9시를 넘긴 시간, 내 나름은 느지막이 나온다고 늑장을 부린건데 어째 장날 시장이 조용하다.
"맹금 맹글어가꼬 뜨뜻해요, 먹구 가드래요"
이제 막 메밀부침을 부치기 시작한 아주머니의 부름에 냉큼 가 앉았다.
단 돈 2,000원에 푸짐하게 한 접시 내어 주시고는, 찢어진 부침을 한 장 더 얹어 주셨다.
"장이 생각보다 늦게 서네요?" 하고 여쭈었더니,
"겨울이라! 추워가꼬 일찍 몬 나와요!" 하고 추위에 질린 기색으로 절레절레 하시더니
"여게 장이 생각만큼 안 크지요? 갓바람 불므는 커질끼야! 봄철 장이 볼만 할기래요" 라고 덧붙인다.
정선 5일장은 생각만큼 큰 규모의 장은 아니다. (물론 내 기대가 컸을 수도 있다 ;)
1966년 2월 17일을 시작으로 매달 2일부터 5일 간격으로 열리는 장에서는
대형 할인마트, 동네 재래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아련한 추억과 낭만도 함께 판다.
그것이 오랜 세월 5일장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한 비결 아닐까.
나는 들기름 바른 가래떡, 모락모락 김 나는 메밀묵, 바삭바삭 노릇하게 구워진 붕어빵을 골라먹고
엄마는 농사 짓던 옛 시절 이야기를 한 움큼 풀어놓으며 수수, 서리태, 메밀쌀, 찰옥수수를 고른다.
정선 5일장에는 노상 열리는 가게와, 장날 할머니들이 꾸러미를 풀어 형성하는 길 가게가 있다.
길에 곡물을 잔뜩 펼쳐놓고 파는 할머니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밥에 넣을 잡곡을 주섬주섬 골라놓고, 시퍼런 배추잎 몇 장을 할머니에게 건넸다.
"내가 얼마를 줘야하지? 난 농사 짓는 사람이라 계산 같은 거 할 줄 몰러.
여게 장사꾼들은 척하믄 척인데.. (웃음) 나는 5일에 한번씩, 우리가 농사 지은 거 가지고
잠깐씩 나와있는거라 도대체 계산이 안되니까 계산 좀 해봐!"
시골장터에 들렀다가 배 속과 차 속은 먹을 것으로 한 가득 채우고,
겨우내 단단히 얼어붙었던 마음은 시골 노인네들의 정으로 사르르 녹여가지고 돌아왔다.
집으로 오는 길 잠시 들렀던 휴게소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는데, 화장실 문짝에
"인생의 목표는 부자가 아니라 행복이다" 라고 쓰여있다.
돈을 잔뜩 쓰고 오는 길인데, 이 한줄의 문장으로 마음이 한결 가볍다.
이번 여행길도 무진장 행복 했으니 기름값에 숙박료, 좀 과했던 식비가 무슨 문제랴.
Posted by 깔깔 
뇽토리추종자 아이숍 글래스투유 계곡에 부는 바람 은혜 천국 이레문구 산과 바람 ♡ ni 클락 꼼하사랑 꼬마곰s House
댓글을 달아 주세요